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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씨나락 뿌리는 공사
  • 하루는 안필성(安弼成)이 못자리하려고 씨나락을 찰벼와 메벼로 갈라 각기 오쟁이에 담아서 지게에 짊어지고 팥정이 주막 앞을 지나는데
  • 상제님께서 홀로 주막에 앉아 개고기를 안주로 술을 드시다가 필성을 보고 반가워하시며 술을 권하시거늘
  • 필성이 개고기를 보고 질겁하여 “씨나락을 뿌려야 하니 바빠서 못 들어가네.” 하며 그냥 지나치려 하는지라
  • 상제님께서 길을 막아서시며 “필성아, 바람도 불고 하니 나하고 술이나 마시고 쉬었다 가자.” 하고 재차 권하시니라.
  • 이에 필성이 “시간 지나면 바람이 더욱 거세어져 지금 뿌려야 하니 다음에나 사게.” 하고 사양하는데
  • 상제님께서 “이리 들어와라. 씨나락은 내가 대신 쳐 주마.” 하며 지겟다리를 잡아당기시니
  • 오쟁이가 땅에 나동그라지며 찰벼 씨나락과 메벼 씨나락이 뒤범벅되어 흩어지거늘
  • 전혀 개의치 않으시고 필성의 손목을 잡아끌며 막무가내로 술을 권하시므로 하는 수 없이 개고기를 안주 삼아 대취하도록 마시니라.
  • 해 질 무렵이 되어 필성이 씨나락 오쟁이도 내버려 둔 채 비틀비틀 집으로 향하며 “금년 농사는 이제 다 지었다.” 하고 한숨을 쉬는데
  • 10 상제님께서 뒤에 대고 말씀하시기를 “못자리 물 말리면 농사 그르친다. 내일 아침 일찍 가서 물이나 봐라.” 하시니라.
  • 11 필성이 이튿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생각하니 참으로 낭패인지라
  • 12 서둘러 주막거리로 나가 보니 어찌된 영문인지 길바닥에 엎질렀던 씨나락이 한 톨도 보이지 않고 오쟁이와 지게도 없어졌거늘
  • 13 낙심하여 못자리판에 가 보매 뜻밖에도 씨나락이 뿌려져 있는데 그 간격이 놀랍도록 일정하더라.
  • 14 필성이 그제야 안심하고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메벼와 찰벼 씨나락이 분명 섞인 채 뿌려졌을 터라
  • 15 ‘금년은 찹쌀이 섞인 밥을 먹겠구나.’ 하며 술 마신 일을 크게 후회하더니
  • 16 얼마 후 모가 자라는 것을 보매 찰벼만 모판 한쪽에 따로 뿌려져 있더라.
  • 17 그 후 가을이 되어 추수를 해 보니 예년보다 수확량이 월등히 많거늘
  • 18 필성이 그 쌀로 지은 밥을 먹을 때마다 ‘내가 과연 쌀밥을 먹는 것인가, 모래를 먹으면서 증산에게 홀린 것인가?’ 하고 생각하니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7:15)




  • 1절 15:1 오쟁이.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섬.
  • *** 15장 “씨나락 뿌려 준 그 해 농사가 조부님 생전 처음으로 그렇게 잘 되었다고 해요.”<안필성의 손자 안일완(1940~ ) 증언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