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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김형렬을 처음 만나신 날
- 1 학봉께서 갑신(甲申 : 道紀 14, 1884)년에 금구 환평(金溝 環坪) 사람 김형렬(金亨烈)을 처음 만나시니라.
- 2 형렬은 부잣집 외아들로 태어나 일찍부터 도(道)에 뜻을 품고 동무를 구하던 차에 ‘고부에 강가(姜哥)로서 신동이 있다.’는 소문을 전해 들으니라.
- 3 하루는 형렬이 ‘내가 한번 그 사람을 만나 보리라.’ 결심하고 고부로 향하는데
- 4 날이 저물어 우연히 태인 매당(梅堂) 불출암(佛出庵)으로 발길이 이끌려 들어가니라.
- 5 형렬이 암자에 이르매 갑자기 부엉이가 요란하게 울어대거늘 중에게 “부엉이가 어찌 저렇게 우는가요?” 하고 물으니
- 6 그 중이 대답하기를 “당신은 예사 사람이 아닌가 보오.” 하니라.
- 7 이에 형렬이 “예사 사람이 아니면 내가 허신(虛神)이라도 된다는 말이오?” 하니 중이 “어디를 가시는 길에 여기까지 오시었소?” 하고 묻거늘
- 8 형렬이 “내가 찾을 곳이 있어 길을 가다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왔는데, 오자마자 저렇게 부엉이가 울어대는 게 참 이상하오.” 하니라.
- 이 도령이 바로 그 도령이오
- 9 이 때 학봉께서 들어서시더니 별 모양의 누런 별전(別錢) 여섯 닢과 바둑알 같은 검은 돌을 가지고 돈치기놀이를 하시는데
- 10 가운데 있는 것을 맞추려 하시되 자꾸 다른 것이 맞으니 “이것도 소용없다.” 하시며 형렬이 있는 쪽을 바라보시니라.
- 11 형렬이 “어디 사시오?” 하며 말을 건네니 “나 어디 사는 것을 왜 묻소?” 하시거늘
- 12 형렬이 “내가 이제 강가를 찾으러 고부에 가는 중이오.” 하니라.
- 13 이에 학봉께서 “무슨 일로 찾으려고 하오?” 하고 물으시니
- 14 형렬이 말하기를 “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말이 있지 않소. 큰사람이 될지 작은 사람이 될지 본 연후에 내가 외돌토리라 동무 삼으려고 그러오.” 하니라.
- 15 이 때 마침 학봉과 한 고을에 사는 은양덕(殷陽德)이 다가와 “이 도령이 바로 그 도령이오.” 하고 일러 주거늘
- 16 형렬이 크게 놀라 “아, 그러하오?” 하며 얼른 몸을 추슬러 기꺼이 재배를 하는지라
- 17 학봉께서 “한 번 하면 되었지, 내가 죽었는가, 재배를 하게.” 하고 하대하시거늘
- 18 형렬이 “내가 세 살만 더 먹었어도 존장(尊長)이 되려 했는데, 내 나이 몇이라고 그리 않겠소?” 하며 다시 일어나 절을 하니
- 19 학봉께서 말씀하시기를 “네가 법줄은 아는구나.” 하시니라.
- 20 이 때 학봉께서는 성수(聖壽) 열넷이요, 형렬의 나이는 스물셋이더라.
- 나는 공중에 뜬 사람이다
- 21 은양덕이 형렬에게 이르기를 “나이는 적지만 무슨 일이든지 다 아는 지혜가 있어 이사를 가려 해도 고을에서 못 가게 한다오.” 하니
- 22 학봉께서 “우리 부모님 영혼이 금방 뜨시게 생겨서 내가 지키느라고 안 가지, 못 가게 한다고 내가 못 갈 사람이오?” 하시고
- 23 형렬을 바라보시며 “내가 땅위에 서 있다고 아무리 땅을 파 보아라. 나는 공중에 뜬 사람이다. 한번 떠 봐라!” 하고 목침 위에 올라서시니라.
- 24 형렬이 자못 의심스러워하며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학봉의 발을 받쳐드니 몸이 공중에 붕 뜨시거늘
- 25 크게 놀라 손을 더 올리니 더 높이 뜨시고, 그렇게 손을 들면 드는 대로 위로 떠오르시더라.
- 26 이로부터 학봉께서 형렬과 친면으로 지내시니라.
- (증산도 道典 1:30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