음성듣기
  • 사람 몸속에 다 신이 있느니라
  • 섣달 그믐 경에 호연이 “선생님, 오늘 저녁은 마당밟이하게 재인(才人) 좀 부르세요!” 하니 “무엇 하려고 불러?” 하시거늘
  • “심심하니 굿하고 노는 것 좀 보게요. 다른 사람들은 무얼 하러 가는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데, 나는 동무가 있어야 놀지.
  • 그러니 굿이나 좀 보게 백정놈 좀 불러야겠어요.” 하니라.
  • 상제님께서 “백정놈을 불러? 무당을 부르지!” 하시니 호연이 “응, 무당. 무당 불러요! 선생님 때문에 무서워서 못 오니 좀 오라고 해요.” 하고 조르니라.
  • 이에 상제님께서 “오라고 해서 되겠냐? 저기 가서 부지깽이 하나 가져와라.” 하시어 땅바닥에 열십자를 그으시고 그 가운데 동그라미를 그리시니 곧 무당이 오는지라
  • 호연이 신기해하며 “여기서 그었는데 어떻게 무당이 알고 온대요?” 하니
  • 말씀하시기를 “아, 내가 하니 내 신바람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지.” 하시거늘
  • 호연이 다시 “내 눈에는 뵈지도 않네.” 하매 “너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몸속에 신이 있단다. 사람마다 그것이 없으면 죽는 것이여.” 하시니라.
  • 이에 호연이 자꾸 몸을 두드려 보며 “없네, 어디가 있어?” 하니
  • 10 말씀하시기를 “너 도둑질하면 어깨에서 내려다보고 있다가 나에게 다 이른다.” 하시거늘
  • 11 호연이 제 어깨를 툭툭 치며 “여기에가 신이 있어? 에이, 이놈의 것! 신이 어디에 있어?” 하니 “흥, 너는 몰라도 다 있어.” 하시니라.
  • 12 호연이 이 말씀을 들은 이후로 방에 돈이 통으로 수북하게 있어도 한 닢도 손을 대지 못하니라.
  • 장구와 북을 치며 흥겹게 노심
  • 13 이 때 무당이 광문을 열어 쌀 한 가마니를 내어다가 토방에 쏟아 놓고 깃대를 찌른 후에 바라를 두 손에 들고 춤을 추는데
  • 14 먼저 부엌에 가서 ‘조왕굿’을 하고, 다음에는 광으로 가서 ‘광대감’을 부르며 굿을 하고, 마지막에는 마당에서 밤새도록 굿을 하니라.
  • 15 상제님께서 이를 지켜보시다가 “제법이구나! 무당도 저런 재주는 있어야 부려 먹지. 아이구야, 자빠질라. 내가 받아 줄거나!” 하시며 무당과 함께 즐겁게 노시거늘
  • 16 잠자는 아이들을 깨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마치 공기 다루듯 하시고, 쌀 한 가마니를 한 손으로 들어 제치기도 하시고
  • 17 또 장구와 북을 빼앗아 치시며 외다리로 디디고 서서 좌우로 몸을 흔들며 흥을 내시고, 발로도 장구를 자근자근하게 잘 치시니라.
  • 18 굿을 마치고 상제님께서 호연에게 “한 달 먹을 놈을 없애버리니 시원하냐?” 하시거늘
  • 19 호연이 “아이구! 같이 실컷 놀아 놓고 나보고 그려.” 하며 볼멘소리를 하니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4:54)




  • 1절 54:1 마당밟이. 지신밟기.
  • 13절 54:13 바라. 자바라의 준말. 놋쇠로 만든, 배가 불룩하고 둥글넓적한 것으로 두짝을 마주쳐서 소리를 냄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