음성듣기
  • 대여가 고향 객망리를 찾아가니
  • 날이 밝으매 재궁을 다시 대여에 모시고 고부로 향하려는데
  • 형렬이 다가가 재궁을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아뢰기를 “서운하지만 할 수 있겠습니까.” 하고
  • 이어 “도용이(道)’ 를 쓰려니 도용이 이리 오너라.” 하고 호령하니라.
  • 이에 호연이 나오니 대여 앞 장강채 위에 앉히며 “어디 가지 말고 꼭 이 근처에 있어라.” 하고 단단히 이른 후에 대여를 출발시키거늘
  • 전날과 같이 종도 열여섯 명이 대여를 메고, 서른두 명이 그 뒤를 따르며 번갈아 메니라.
  • 대여의 맨 앞에는
    湖南西神司命
    호남서신사명
    이라 쓴 명정(銘旌)을 세우고
  • 이어서 만장, 공포, 불삽, 운삽이 따르며 그 뒤를 수없이 많은 종도들이 ‘(壽)’와 ‘(福)’이 새겨진 기를 들고 따르거늘
  • 수많은 깃대들이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마치 물결치는 듯 장관을 이루더라.
  • 대여가 구릿골을 출발해 내주평을 거쳐 고부로 가니 운상 행렬이 지나는 마을마다 평소 상제님께 은혜를 받았던 이들과 풍문으로라도 그 신이하심을 들었던 이들이 모두 나와서 절을 하고
  • 10 서로 ‘이 세상 뜨신 것이 참으로 아깝다.’고 이르며 술을 동이째로 내놓거늘 행렬을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목을 축이면서 가니라.
  • 11 또 상여 속에서 “무겁다고 마라, 무겁다고 하면 어깨가 미어지니 무겁다고 마라.” 하는 상제님의 노랫소리가 들리므로 종도들이 무거운 줄도 모르고 가는데
  • 12 대여가 내주평에 다다르니 길 양쪽으로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거늘
  • 13 “내가 죽어 나가는데 너는 장승마냥 서 있냐?” 하고 호통치시는 상제님의 음성에 나무들이 저절로 뚝뚝 부러져 나가는지라
  • 14 이를 본 모든 사람들이 비록 어천은 하셨을지언정 여전히 신이하신 그 조화권능에 감복하여
  • 15 “어찌 멀쩡하던 나무들이 저렇게 뚝뚝 부러지는고?” 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.
  • 16 대여가 고부 객망리에 이르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맞이하거늘
  • 17 개를 잡아서 칼을 꽂아 올리고, 술도 동이째로 올린 후에 모두 대여를 향해 절을 올리며 상제님의 어천하심을 슬퍼하니라.
  • 18 이윽고 대여 행렬이 본댁 앞에 이르매 대여가 앉았다 일어났다 하거늘
  • 19 호연이 “왜 앉았다, 섰다 해요?” 하고 물으니 형렬이 대답하기를 “하직하시느라 그런다.” 하니라.
  • 20 선산과 본댁을 향해 하직 인사를 마치고 대여를 돌려 구릿골로 돌아오니 이미 해가 기울었더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10:72)




  • 6절 72:6 호남서신사명. 전북 지방에는 오늘날까지도 신부가 신행길에 ‘서신사명(西神司命)’이라 쓴 기를 꽂고 가는 관습이 전해 온다. 그와 같이 하면 모든 액이 없어지고 행복한 시집살이를 하게 된다고 믿고 있다.
  • 7절 72:7 공포. 관을 묻을 때, 관을 닦는데 쓰는 삼베 헝겊.
  • 7절 72:7 불삽. 6편 127장 2절 측주 참조.
  • 7절 72:7 운삽. 화삽(畵翣). 발인할 때 상여의 앞뒤에 세우고 가는 부채 모양의 널빤지. 운삽에 하늘을 뜻하는 구름무늬를 그리는데 이는 망자의 혼이 하늘로 잘 인도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다.
  • 20절 72:20 이미 해가 기울었더라. 구릿골에서 고부 객망리까지의 왕복거리는 120여 리이다. 장정이 왕복한다 해도 꼬박 하루가 걸리는 거리를, 무거운 상여를 메고 그 많은 사람들이 목을 축이며 갔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다녀온 것은 상제님의 조화임을 알 수 있다. “송장을 넣어 가지고 부모한테 하직하고 다시 왔지. 고닥에 갔다 고닥에 오드만, 걸어서도.”(김호연 성도 증언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