음성듣기
  • 장가 못 간 노총각의 한을 풀어 주심
  • 구릿골 앞 동네에 사는 노병권이라는 사람이 어려서부터 남의 집 머슴으로 살다가 마흔이 다 되도록 장가를 못 간 채 허연 머리를 길게 땋고 다니거늘
  • 하루는 상제님께서 “야! 그 머리 끊어 버려라. 보기 싫지 않으냐?” 하시니
  • 병권이 “어머니가 절 낳을 적부터 이 머리를 갖고 나왔는데 저 혼자 끊기가 난망하옵니다.” 하고 아뢰니라.
  • 이에 상제님께서 “이놈아, 건상투라도 꼽지, 어디 늙은 놈이 머리를 갈치 꼬랑이마냥 길게 늘이고 다니느냐?” 하시니
  • 병권이 “장가도 안 간 놈이 머리를 올리는 수가 있나요.” 하거늘
  • “어째서 장가를 못 갔느냐?” 하고 물으시매 “제가 죄를 많이 졌는지 부모 덕을 못 입어 조실부모하고 남의 집에 살면서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다 늙었습니다.” 하니라.
  • 선령 봉제사도 못 하는 놈이 사람이냐
  • 상제님께서 병권의 나이와 이름을 물으신 후에 “그럼 어찌 그 집에서 마냥 늙느냐? 무슨 연유가 있어 그 집과 같이 늙는구나!” 하시거늘
  • 병권이 “어찌하면 좋겠습니까?” 하고 여쭈니 “어허~ 이놈, 세상에 나와서 부모 대를 못 잇는 놈은 자식이 아니니라.
  • 대를 이어서 그 집안을 퍼뜨리는 것이 장가의 원 뜻일진대 선령 봉제사도 못 하고 죽는 놈이 사람이냐, 이놈아!” 하고 병권의 뺨을 때리시며
  • 10 “너 내 말 들을 테냐? 그러면 너 한번 좋은 꼴 볼 것이다. 늦복이나 터지게 가르쳐 줄거나?
  • 11 내가 너 장가가게 해 주랴? 어떻게 하는가 가르쳐 줘?” 하시거늘
  • 12 병권이 일어나 절을 하며 “복 없는 놈이 무슨 복으로 좋은 꼴을 보겠습니까?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원이 없겠습니다.” 하니라.
  • 내가 살게끔 해 주마
  • 13 이에 상제님께서 “네 인생이 불쌍해 내가 살게끔 해 주마.
  • 14 저 깊은 산중에 칡이 이리 넝쿨지고 저리 넝쿨지고 서로 어우러져서 더 이상 뚫고 나갈 수 없는 곳이 나오거든 그곳에서 하루가 저물도록 앉아 있거라.
  • 15 밤이 되어 앉아 있는 땅이 들썩들썩하거든 옆으로 옮겨 앉아라.
  • 16 그러면 거기서 사람이 나올 것이니 그 사람을 바짝 따라가면 장가도 가고 네 분도 풀게 될 것이다.” 하시니라.
  • 17 병권이 이를 믿지 못하여 망설이다가 또 한편으로 생각하기를 ‘여차가 실차 된다고, 죽느니 한번 가서 해 볼거나?
  • 18 내가 이렇게 살아서 무엇할꼬. 하라시는 대로 한번 해 보자!’ 하며 가르쳐 주신 곳을 찾아가니라.
  • 19 병권이 밤이 깊도록 한참을 자리에 앉아서 지키니 과연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거늘
  • 20 ‘옳거니.’ 하고 옮겨 앉아 그곳을 가만히 지켜보니 한 노인이 나오고 조금 후에 말이 뒤따라 나오더라.
  • 21 병권이 일러 주신 대로 노인의 뒤를 바짝 따라가니 말을 타고 한참을 가다가 어느 부잣집으로 들어가거늘
  • 22 문 안으로 들어서니 마당에는 모깃불을 피운 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데
  • 23 노인이 마구간에 말을 매어 두고는 제삿상을 차려 둔 방으로 들어가 병풍 뒤에 앉더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9:96)




  • *** 96장 이 말씀은 상제님께서 시속의 이야기를 응험시켜 노총각의 한을 풀어 주시고, 신도세계를 확증시켜 주신 것이다.
  • 4절 96:4 건상투. 나이가 많아도 혼인하지 못하면 남에게 늘 하댓말을 받으므로 혼인한 것처럼 보이려고 상투를 트는 것.
  • 9절 96:9 선령 봉제사도 못 하고. 상제님께서는 선령 봉공의 의무를 도외시하여 제사를 지내지 않는 자손은 인간금수로 취급하셨다. 서구의 유일신 문화에 오염되어 인간의 사후세계를 올바르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, 우리가 ‘귀(鬼)’와 ‘신(神)’ 두 글자를 완전하게 이해하면 우주의 창조문제와 시간의 비밀, 천지 뭇생명 생성의 근본문제에 도통할 수 있다.